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적 3가지'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기적...밍기적...'
한때 인터넷에서 많이 떠돌던 유명한 짤이다.
이 짤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웃었던 나는 내향적이고, 집밖을 잘 나가지 않는 전형적인 집순이이다.
집순이는 대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것을 즐긴다. 외출할 일 한 가지가 생기면 밖에서 해야 할 모든 일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도록 일정을 우겨 넣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난 후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음 날부터는 다시 최소한의 움직임을 반복한다.
나의 경제적인 움직임(?)에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어느 날 나는 운명처럼 한 프로젝트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밍기적'임은 어떤 환경에 의해 크게 변화하였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이 경험을 통해 변화한 점들을 한 책의 내용과 함께 최대한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혼자 말고 여럿이 모여서 하는 운동은 삶의 활력을 배가한다.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우리 회사에서 시도한 기획물. 일명 <소파에서 5km>.
운동에 관심 없는 3명이 모여 9주 간의 훈련을 마친 후 5km 마라톤 대회에 참가, 완주하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움직이는 맛, 즉 달리기의 묘미를 느끼게 되었다.
처음부터 재미를 붙였던 것은 아니다. 평소 운동에 관심 없던 내가 갑자기 밖에 나가 달리기를 한다는 게 어려웠다.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1~2분을 쉼 없이 뛰면 머리가 어지럽고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주 2~3회를 꾸준히 달린 결과,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 여성 중 3등을 하는 결과를 냈다. 기록은 24분 가량. 5km를 뛰려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킬로 당 7분 속도로 뛴다면 쉼 없이 35분을 뛰어야 한다. 초보자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본인 자랑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이건 내 자랑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대회에 나가 무리 없이 기록을 낸 건 나 혼자 잘해서가 절대 아니었다.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2명의 동료들과 우리를 열렬히 응원하고 도와 준 코치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였다면 금방 지치고 때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해 금방 그만두었을 테지만, 모두와 함께여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책 <움직임의 힘>에서 저자는 '새로운 희망과 의미, 소속감은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 바로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움직임의 핵심 목적, 즉 신체 활동은 우리가 세상과 교류하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달리기, 걷기, 수영, 댄스, 자전거 타기, 요가 등 뭐든 상관없이 세상에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간다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움직임은 결국 사회적 연결이며, 삶 전체를 행복으로 이끄는 행위이다.

조정경기에 참가한 한 경험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을 이루죠. 우리는 동료와 물살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느낍니다. 하지만 점차 그 느낌이 흐릿해집니다. 그냥 한 몸처럼 융화되기 때문이죠. 눈부신 햇살을 받아 하늘과 물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간으로서 우리 사이의 경계도 사라집니다. 그 순간, 나는 행복의 절정을 맛봅니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니까요." <움직임의 힘> p.97
2. 연인과 함께하면 애정이 깊어진다.

작년 여름 남자친구와 함께 2개의 대회에 참가했다.
남자친구는 체중감량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내가 5km 마라톤에 참가한 것에 자극을 받고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게 되었다. 한참 기록에 욕심을 냈던 때라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달렸다. 그리고 두 번째 나간 대회에서 '10km 1시간 이내로 골인하기'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고통을 함께하면 전우애 같은 것이 생긴다. 대회 전 달리기 연습을 할 때에도 힘에 부쳐서 그만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옆에서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달리는 남자친구가 있으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달리기 전에도, 달리는 중에도, 달기기를 마친 후에도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거나 '헛둘, 헛둘' 구령을 넣어가며 힘을 주고 서로를 격려했다.

"움직이면서 이야기하면, 마주 앉아 있을 때보다 더 솔직해지게 되거든요. 어색함이 줄어드니까 다른 상황에서라면 꺼내지 않을 이야기도 털어놓죠. 자신의 약한 모습까지 다 드러내기 때문에 상대를 더 믿고 의지하게 돼요." <움직임의 힘> p.122
위의 인용문은 축구경기장 트랙을 24시간 도는 행사에 참여한 한 할머니가 했던 이야기이다. 정말 많이 공감했다. 가까운 사이라도 해도 평소에 꺼내기 어려운 주제나 낯간지럽다고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말들이, 달리기를 하는 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왔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소원해진 연인이 달리기를 함께 한다면, 아니면 함께 산책을 한다면 아마 평소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서로 꺼내 이야기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가끔 남자친구와 함께 달리기를 한다. 여전히 서로를 격려한다. 우리는 자주 작년 일을 상기하곤 한다. 함께 땀을 흘리고 힘든 순간을 극복한 경험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됨과 동시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깊어진 것을 느낀다.
3.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고통을 견디게 해 준다.
최근에 어떤 업무에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과거에 지금보다 더한 중압감을 느꼈지만 잘 마무리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때의 경험을 비춰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확률이 높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는데, 그래도 잘해냈잖아.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거야.'하고 불안한 마음을 컨트롤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심리적 효과를 나도 겪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슬슬 숨이 가빠오고, 그만 달릴까 싶은 순간 예전에 달리기를 하며 더 고통스러웠던 어느 날을 떠올리면서, 그 고통에 비하면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또 이 고통을 이겨내면 엄청난 성취감이 몰려올 것임을 상상하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움직임은 이렇듯 현재의 또다른 동력이 된다.
달리기를 하면서, 그리고 <움직임의 힘>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내 하루가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움직이는 걸 귀찮아하던 내게는 매우 큰 삶의 변화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말한다. 움직이는 모든 신체 활동은 '구경만 하면 결코 맛보지 못할 즐거움'이라고. 설명 만으로는 결코 100% 느낄 수 없는 그 기분을 함께 공유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글을 마무리하기가 아쉬울 정도로 달리기를 하며 얻은 직접 경험과 <움직임의 힘>에서 간접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들이 많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단 한 분이라도 '한번 나가서 뛰어볼까? 아니면 산책이라도 잠깐 하고 올까? 책을 한번 사서 읽어 볼까?'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달리기를 마친 후의 마음처럼 정말 뿌듯하고 기쁠 것 같다.
움직임의 힘
이 책은 온갖 형태의 움직임을 향해 그리고 인간의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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